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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타/한달 쓰기

[한달쓰기] 좋아하는 기억

 

'가장'이라는 단어 때문에 괜히 하나의 사건을 정하는 게 어려웠다. 의미 있는 기억들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고민만 하고 있는 나를 보며.. 이러다 시작도 못할 것 같아서(ㅠㅠ) 그냥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를 써 보려고 한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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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은 통영에서 별이 가득했던 밤하늘을 봤던 순간이다.

그날은 하루가 되게 특별했다.

 

대학교 입학 전 친구와 함께 내일로 여행을 갔다. 셋째 날이었나.. 통영을 갔다. 그날 밤 게스트 하우스 파티에 참여했는데, 파티에서 사람들이 술을 좀 거하게.. 마셨다. 함께했던 친구는 과음을 해 일찍 잠에 들었고, 당시에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(진짜임,.^,.^) 로비에서 여행 일정을 수정하고 있었다.

그러던 중 갑자기 남자 숙소에서 누군가 토를 했다며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로비로 나왔다. 심지어 다른 여행자의 가방 위에 토를 했다고 하더라 🤦‍♀️사건의 피해자분은.. 토 범벅된 가방을 버리셨고, 짐을 담을 종이 가방을 찾고 계셨다. 여분으로 가져갔던 에코백을 그분에게 줬고, 치우는 걸 도와주면서 얘기를 나눴다.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사람들은 잠을 자기 위해 다시 방에 들어갔다. 잠이 다 깨버린 나와 피해자(ㅋㅋㅋㅋ) 그리고 다른 한 분은 계속 수다를 떨다 잠시 드라이브를 나갔다.

 

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.. 꽤 오래 차를 타고 공원에 도착했던 것 같다. 차 없이는 가기 힘든 곳이었고 시간도 새벽 3-4시 정도 돼서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도 불빛도 없었다. 단순히 근처에만 불빛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시야에 불빛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.

핸드폰 후레시에 의지하며 정자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.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봤는데, 별이 정말 많이 떠 있더라.

아마 살면서 가장 별을 많이 봤을 것이다. 하늘과 땅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어서 그런지 우주에 있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.

한참 동안 별을 보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. 알고 보니 통영에서는 시기만 잘 맞춰가면 은하수도 볼 수 있다고 한다.

 

어렸을 때 제주도에 살았고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다녔어서 그런지 자연을 보고 감동받거나.. 그런 일은 드물었다.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던 것 같다. 아마 모든 게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겠지? 함께 했던 게스트 하우스 사람도, 아무도 없던 그 캄캄한 공원도, 새벽 3-4시의 시간도 어떤 것도 계획되지 않았었다. 아, 그 다음 날에도 숙취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두고 계획에 없던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섬 트래킹도 다녀왔다.

 

그 날이, 그 별들이 너무 인상 깊어서 이후에 통영을 몇 번 더 갔지만, 별이 쏟아지는 하늘은 보지 못했다.

아마 볼 수 있게 되더라도 그때만큼의 감동을 받지는 못할 것 같긴 하다.

 

계획했던 것들이 착착 맞아떨어져 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.

그러나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행복은 계획했던 것을 이룰 때 느끼는 성취와는 다른 느낌의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 같다.

 

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또 통영 여행이나 갔다 와야겠다!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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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MI

한 달 후였나.. 어찌어찌 연락이 돼서 빌려준 에코백을 돌려받았다. 그리고 둘이 계속 연락하다 잠시 사귀었었다. ㅋㅋㅋㅋㅋㅋㅋㅋ

귀여운 추억이다. 쿄쿄